[정달식의 문화 톺아보기] 21. 시민 '문화 허기' 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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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화회관, 콘텐츠 개발·시립예술단 운영 방식 변화 모색을

웰니스 병원의 '웰니스 음악회'. 웰니스 병원 제공

문화예술이 늘 시민과 함께하는 것, 다시 말해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높아지는 것. 이는 우리가 꿈꾸는 문화예술의 참모습이다. 하지만, 말은 쉬워도 시민들의 '문화 허기'를 채우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최근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 박성명 의원이 부산문화회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문화회관이 문화예술 진흥이나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보다 오히려 대관료 인상, 주차장·팸플릿 유료화 등 지나치게 수익사업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한 걸 보면 말이다.

박 의원의 지적처럼 부산문화회관의 근본적 존재 이유는 부산 시민의 '문화 허기'를 채우는 데 있다. 이는 6개 구(區) 문화회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민의 문화 허기를 채우는 건 말처럼 녹록하지는 않다. "부산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고 제대로 된 공연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게 바로 부산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문화 전문가는 "부산문화회관이 부산시립예술단을 바탕으로 새로운 브랜드 콘텐츠를 만드는 것, 이게 바로 시민의 문화 허기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말이다.

부산시립예술단 운영 방식의 변화도 적극 모색돼야 한다. 이게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일이라면 말이다. 부산시립예술단에는 시립교향악단, 시립국악관현악단 등 모두 7개(상임 5, 비상임 2) 단체가 있다. 이들 단체는 모두 부산문화회관에 소속돼 있고 여기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상임 단원만 해도 280여 명에 비상임 단원까지 합하면 400명에 육박할 정도다. 

부산문화회관에서 올해 공연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 대표 공연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이들 단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시립예술단 내 7개 단체를 거점 지역별로 나눠 상주 단체식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시립국악관현악단이나 시립무용단은 부산문화회관, 시립극단은 부산시민회관, 시립소녀소녀합창단은 금정 문화회관, 시립청소년교향악단은 해운대 문화회관,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아트센터에 상주하게 하고 시와 구군 지자체에서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 지역 예술인은 "이렇게 되면 시민과 부산시립예술단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고 각 단체에 대한 인지도도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또한 부산문회회관 집적화로 인한 열악한 연습실, 턱없이 부족한 교육 문제 등도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교육이나 시민을 위한 문화 아카데미 확대도 뒤따라야 한다. 또한 단원들의 열악한 임금, 장르별 나이 많은 단원들의 적절한 활용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 나이가 들어 몸이 따르지 않는, 혹은 연주력이 떨어지는 단원을 무조건 공연(현장)에만 투입하는 게 맞는지도 고민돼야 한다. 이게 모두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의 폭을 넓히는 일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프거나 늙어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 보고 싶고 듣고 싶은데 돈이 없어 1년에 공연 한 번 구경할 수 없는 사람, 문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산 연제구의 웰니스 병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아픔을 음악으로 치유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병원 로비에서 '웰니스 음악회'를 열고 있다. 2007년 3월부터 시작해 그게 500회를 훌쩍 넘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10년간 거의 매주 음악회를 연 셈이다. 이게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이다. 문화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하며 끈질기게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 또한 문화회관이 할 일이다.

이와 별개로 우리 주변엔 웰니스처럼 '문화와 함께하는 곳'도 넘쳐나야 한다. 그래야 문화가 산다. 재정적으로 여력이 되는 병원, 기업, 학교에 예술인이 상주하는 것도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기초예술을 키우고, 예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문화는 뙤약볕 아래 나무 그늘과 같은 존재이기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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